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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을들/about book에 해당되는 글 18건
- 2019.01.12 여섯 줄의 시
- 2019.01.06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2018.12.16 火山のふもとで(화산 자락에서)
- 2018.11.22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 2018.11.04 우회로 2
- 2018.10.31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2018.10.11 방문객
- 2018.10.05 섬
글
여섯 줄의 시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 류시화 '여섯 줄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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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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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火山のふもとで(화산 자락에서)
2018.11.??.
갓 구운 스콘은 밝고 마른 햇볕 냄새가 났다. 차가운 클로티드 크림과 딸기 잼을 스콘 위에 얹어 입으로 가져간다. 온도도 감촉도 각각 다른 단맛이 입 안에 섞인다.
어디에도 군살이라고는 없는 매끄러운 피부가, 마리코의 운곽을 만들고 있다. 가는 F연필로 그린 것 같은 윤곽선 제일 끝에 있는 손가락이 스콘을 집는다. 마리코는 웃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봤다.
"사카니시 군, 고집이 꽤 세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자칫하면 목이 멜 뻔했다.
"선생님은 아마 사카니시 군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나봐."
마리코는 재미있다는 얼굴을 한 채 그렇게 말했다.
나는 당황해서 찻잔을 입으로 가져온다. 스콘 맛과 과거의 기억 사이에서 공중에 매달린 것 같았다. (p94)
2018.12.14.
그 풀 수 없는 의문과는 별개로, 마리코하고는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마리코에게 저항할 수 없이 이끌리고 있었다. 귀에 살그머니 들어와 그대로 머무는 목소리 톤, 가볍고 부드러운 손가락과 손의 감촉, 목과 어깨 움직임을 따라 물결치는 머리카락, 자유로운 다리의 움직임, 강인한 성격이 반전되어 모든 것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몸짓. (p275)
2018.12.14.
언제나 머리 어딘가에서. 마리코하고 둘만 있을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 중에 청소랑 빨래, 밭일을 끝내고 나서, 노선버스를 타고 구가루이자와 부근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 마리코 차로 별장으로 간다. 밤에는 막차를 타고 여름 별장으로 돌아왔다. 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한 물양갱이 예상외로 잘 팔려서 마리코 아버지는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마리코가 명령받은 잔디 깎기는 내가 대신했다.
평일에 가루이자와 시립도서관에서 조사할 게 있다는 구실로 합류할 때도 있고, 장보기가 끝나고 나서 별장에 들를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은 잠깐의 틈만 있어도 거기에 몸을 밀어넣듯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늘 찾고 있었다. (p280)
2018.12.15.
마리코가 우스운 듯이 말하고 내 귀에 코끝을 갖다댔다.
초등학생이던 마리코의 둥근 코랑 볼은 어른이 되면서 어린애다운 지방이 빠지고 콧대와 광대뼈의 예쁜 윤곽이 떠올랐다. 무언가에 마음이 빼앗길 때마다 무방비하게 열렸을 입술도 의지와 감정이 균형을 잡아가자 무리 없이 상큼하게 닫혀져 갔다. 선생님이 가뿐하게 안았던 마리코는 내 팔 안에서 적당한 무게를 지니게 되었다. 물론 어린애였던 마리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머리 형태, 손가락 사이로 새는 가는 머리카락, 곧은 등뼈, 둥근 어깨....... 마리코의 형태는 태어났을 때부터 쭉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금 옆에 앉아서 숨을 쉬고, 말하는 마리코가 사랑스러웠다. 성급한 욕망과는 색채가 다른 감정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마리코의 침실에 벌레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서로의 손이 움직이고, 몸이 닿고, 말이 형태를 이루기를 그만둘 때, 닫힌 입이 다시 살짝 열린다. 바닥에 가라앉아서 잠들어 있던 감각이 자극을 받아서 떠오른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싫증나지 않고 좀더 강하고 선명하게 태어나는 이 감각은 어디에서 솟구치는 것일까. 아무리 깊게, 흔들리고, 자기가 사라질 것처럼 느껴도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이 감각이 사람의 마음속 저 깊이 태어나면서부터 있었던 암흑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그리운 어둠. 우리는 그 따뜻한 어둠 속으로 서로의 숨결을 확인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한없이 내려갔다.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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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매력적이었으며
보통 사람들과는 너무나 달라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구두가 딱딱거리면서 돌길 위를 걸을 때
왜 아무도 자기처럼 정신을 잃지 않는지,
그녀의 베일에서 나오는 숨소리에
왜 아무도 가슴 설레지 않는지,
그녀의 땋은 머리가 바람에 휘날리거나,
손이 공중으로 날아오를 때
왜 모든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치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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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우회로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이 우리를 우회로로 데려가고, 그 우회로가 뜻밖의 선물과 예상하지 못한 만남을 안겨 준다. 그 길이야말로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헤매는 것 같아 보여도 목적지에 도달해서 보면 그 길이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할 일을 찾고, 찾아서, 나아가는 것뿐이다.
-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 저번주 목적지로 가는 줄 알았던 길이
알고보니 전혀 다른 길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정말 예상치 못한 예쁜 장소가 있었다.
참으로 기분좋은 발견이었다^_^
방황하는 것처럼 보여도 어쩌면 그게 맞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열심히 나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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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꼴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고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이 시를 지었나요?
아득하고 뜨거운 사랑이었나요?
이 때 당신의 몸속에 잠든 이는 누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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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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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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